시몬 드 보부아르, <모든 사람은 혼자다>

끝말잇기 같은 사유의 꼬리 물기

2020-12-151 min

#book

들어가며

이 책은 허무에 대해 말하는가 싶다가도 인간의 자기다움을 부르짖는 내용으로 귀결되고 있다.

나와 타인을 연결시키는 관계를 나는 혼자서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하나의 사물이 아니라 타인으로 향하는 하나의 기확이며 초월성이기 때문이다. -25p.

끝말잇기 같은 사유의 꼬리 물기

나는 초월하는 존재이며 세상과의 적극적인 관계맺기를 통해 그 순간순간마다 새롭게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중심적인 메시지라는 것은 어렴풋이 느껴진다. 여기서 '어렴풋이'라고 말한 것은 책이 논지를 전개하는 방식이 굉장히 파편적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아주 작은 예시를 들고 와서 거기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유의 전개를 시작한다. 그 끝말잇기 같은 사유의 꼬리 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당장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놓칠 때가 많다. 하지만 그 현재, 그 순간에만 존재할 수 있는 깨달음의 빛을 전달하려는 게 이 책의 또다른 목표가 아닌가 싶었다.

모든 대상, 모든 순간은 그것이 직접적인 현존으로 환원되면 그 실체가 너무나 하찮은 것임이 드러난다. 인간도 그 자체만으로는 하찮은 존재이다. 왜냐하면 그 자체의 존재가 아니라, 항상 더 높은, 그 이상의 존재를 추구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랑을 경험한다는 것은 그 사랑 너머로 새로운 목적들, 즉 가정, 직업, 공통의 미래 등을 향하여 자신의 존재를 던지는 것이다. - 39p.

작가의 관심사는 이처럼 인간 존재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문장에서 사랑을 경험한다는 것의 의미, 쾌락, 사회주의 등등으로 빠르게 옮겨간다. 이 수많은 예시들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인간은 자기를 실현하기 위해 정말이지 다양한 시도를 해 왔지만 본질은 하나라는 것. 즉 자기 자체를 넘어서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다라는 사실을 주장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다.

1부까지는 집중력있게 읽었지만 2부부터는 엇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고 느껴져 건너뛴 부분이 많았다. 특별히 보부아르를 좋아한다면, 프랑스 철학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