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es Days

AI는 시를 어떻게 분석할까? 자작시를 ChatGPT와 ClaudeAI에 넣어보았다

사람의 마음도 펼쳐버리는 인공지능의 현대시 비평

published at: 2024-08-02

poem

호기심: AI는 시를 분석할 수 있을까?

다들 아시겠지만, 필자는 국문과 출신이고 현대문학 전공이었다. 지금에 이르러서도 취미로 시를 쓰는데, 이걸 AI에 입력하면 무슨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졌다. 특히 요즘 가장 주목받는 ChatGPT와 Claude AI는 각각 어떤 결과를 전해줄까?

ChatGPT, Claude AI에 시를 넣고 분석을 요청했다. 각각 최신 모델은 4o와 3.5 sonnet을 사용했다.

본문

먼저 필자의 자작시를 감상해보시길 바란다.

poem_thumbnail Canva 를 이용해 생성한, 시의 일부를 넣고 만든 이미지


lighter-than-footprints


AI의 분석

Claude 3.5 sonnet

이 시에 대한 문학기법적 비평과 정신분석학적 비평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문학기법적 비평

  1. 이미지와 감각: 이 시는 시각적, 촉각적, 후각적 이미지를 풍부하게 사용합니다. “이슬의 무리”, “해의 물결”, “옷감 냄새” 등의 표현은 독자의 감각을 자극하며 생생한 장면을 그려냅니다.

  2. 은유와 상징: “동봉되는 사람”, “잃어버릴 신발 한 짝” 등의 표현은 화자의 정체성과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특히 신발은 여정, 정체성, 그리고 관계의 상징으로 작용합니다.

  3. 서간체 활용: 시 중간에 등장하는 편지 형식은 독특한 구조를 만들어내며, 화자의 내면 독백과 외부와의 소통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4. 시간의 비선형성: “먼 훗날”과 현재, 그리고 회상이 뒤섞여 시간의 흐름이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이는 화자의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를 반영합니다.

  5. 반전과 모호성: 마지막 부분에서 갑작스러운 변화와 사라짐은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신비롭고 모호하게 만듭니다.

정신분석학적 비평

  1. 정체성의 혼란: 화자는 자신을 “동봉되는 사람”으로 표현하며, 자아의 불안정성과 소속감의 부재를 드러냅니다. 이는 정체성 형성의 어려움을 나타냅니다.

  2. 분리 불안: “잃어버릴 신발 한 짝”은 관계의 단절이나 상실에 대한 불안을 상징합니다. 이는 애착 관계에서의 불안정성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3. 무의식적 욕망: “당신은 나의 발밑을 떠난 신발입니다”라는 구절은 독립과 자유에 대한 무의식적 욕망을 나타냅니다. 동시에 이는 관계의 단절에 대한 두려움과 공존합니다.

  4. 자아 인식의 순간: “내가 구매된 적이 있음을 깨달았다”는 구절은 자신의 존재 가치나 정체성에 대한 갑작스러운 인식을 나타냅니다. 이는 자아 형성 과정에서의 중요한 순간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5. 현실과 환상의 경계: 마지막 부분에서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장면은 현실과 환상,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이는 화자의 심리적 현실과 외부 현실 사이의 갈등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시는 복잡한 심리적 풍경을 섬세한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표현하고 있으며, 정체성, 관계, 그리고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ChatGPT-4o

문학기법적 비평

이 시는 다양한 문학적 기법을 활용하여 독특하고 섬세한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1. 이미지와 비유:

    • 첫 구절에서 “알알이 맺혀 있는 이슬의 무리”와 “옷감 냄새처럼 스며드는 해의 물결”은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이는 독자가 자연 속에 있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합니다.
    • ”나는 동봉되는 사람”과 같은 구절은 자아를 물체화하여 신발에 비유하는 독특한 접근 방식을 사용합니다.
  2. 상징:

    •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다”는 상징적인 표현으로,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거나 상실감을 의미합니다.
    • ”우울한 마음이 되어 영수증을 보내주세요.”라는 표현은 자신의 존재나 과거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나타냅니다.
    • ”제자리에 계셔야 해요.”는 일종의 경고이자 충고로, 현재의 위치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3. 음성 효과:

    • “스며드는 해의 물결을 들이마시며”와 같은 표현에서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줍니다.
    • ”눈알 속에 단물을 채우고 있다”는 구절은 다소 기이한 이미지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4. 구조와 리듬:

    • 시는 비교적 짧은 구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간결함이 독자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남깁니다.
    • 리듬감은 자유롭게 흘러가지만, 각 구절 사이에는 명확한 전환이 있어 독자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정신분석학적 비평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이 시는 자아와 무의식, 상실과 회복, 자기 인식과 같은 주제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1. 자아와 무의식:

    • 시의 화자는 “동봉되는 사람”으로 자신을 묘사하며, 이는 자아가 특정한 상태나 상황에 묶여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는 억압된 감정이나 무의식 속에 숨겨진 자아의 부분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 ”당신은 나의 발밑을 떠난 신발입니다.”라는 구절은 자아가 자신의 일부를 잃어버렸다는 인식을 반영합니다.
  2. 상실과 회복:

    • “잃어버릴 신발 한 짝”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상태를 상징하며, 이는 상실감과 그로 인한 우울함을 나타냅니다.
    • ”영수증을 보내주세요.”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증거를 찾고자 하는 욕구를 표현합니다. 이는 과거의 기억이나 트라우마를 다시 확인하고, 이를 통해 치유하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3. 자기 인식과 깨달음:

    • 화자가 자신이 “구매된 적이 있음을 깨달았다”는 표현은 자신이 타인에 의해 형성되었음을 인식하는 순간을 나타냅니다. 이는 자아가 자신을 재인식하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 마지막 구절에서 “두 눈알과 이슬이 온데간데 없이 증발해버리는” 장면은 자아가 완전히 새로운 상태로 변모하는 순간을 암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재탄생이나 새로운 자아의 출현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발자국보다도 가벼운

이 시는 문학적 기법과 정신분석적 요소들이 결합하여 복잡하고 깊이 있는 의미를 전달하며, 독자가 여러 가지 해석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이해를 도모할 수 있게 합니다.

읽고 나니 뭔가 좀… 들킨 기분이 든다

약간 말투가 다를 뿐, 두 AI 모두 거의 비슷한 내용을 말해줘서 섬짓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를 쓸 때마다 내 마음 상태를 나열한다는 느낌이 들곤 했는데, 인공지능이 그 심리를 모두 꿰뚫었다는 기분이었다.

”내가 구매된 적이 있음을 깨달았다” 구절 분석

이 구절에 대해서는 두 AI가 거의 동일한 평가를 내렸다. 개인적으로는 ChatGPT의 해석이 좀 더 명확하고 마음에 든다.

화자가 자신이 “구매된 적이 있음을 깨달았다”는 표현은 자신이 타인에 의해 형성되었음을 인식하는 순간을 나타냅니다. 이는 자아가 자신을 재인식하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 ChatGPT

”내가 구매된 적이 있음을 깨달았다”는 구절은 자신의 존재 가치나 정체성에 대한 갑작스러운 인식을 나타냅니다. 이는 자아 형성 과정에서의 중요한 순간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 Claude AI

”당신은 나의 발밑을 떠난 신발입니다” 구절 분석

이 부분의 해석은 두 AI가 상이했다. 보다 복잡한 평가를 내린 Claude AI의 해석이 마음에 든다.

”당신은 나의 발밑을 떠난 신발입니다”라는 구절은 독립과 자유에 대한 무의식적 욕망을 나타냅니다. 동시에 이는 관계의 단절에 대한 두려움과 공존합니다. - Claude AI

”당신은 나의 발밑을 떠난 신발입니다.”라는 구절은 자아가 자신의 일부를 잃어버렸다는 인식을 반영합니다. - ChatGPT

마치며: 실은 자작 소설 비평도 맡겼었다

AI가 늘 그랬듯이, 비평을 원한다 하니 정말 건조하게 텍스트를 비평해주는 실력 하나만큼은 뛰어나 보였다. 다만 내가 정말로 원했던 건 시의 디테일한 표현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공감해주는 것이어서, 그런 목마름은 아직까지 AI로 메워지진 않는 듯했다.

소설 비평은 텍스트의 규모가 크다 보니 제대로 못 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주 상세하게 초고의 장단점을 분석해줘서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다음에 원고를 다듬으면 소설 버전도 올려보고 싶다.